예를 들어, 와인을 마실 때, 첫잔에서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더라도, 계속 마시면 향을 덜 느끼게 된다. 또, 여러 와인을 동시에 맛볼 때에는, 이미 마신 와인 수가 늘수록 와인 간의 구별이 힘들어진다.
냄새가 줄어드는 것을 보통 후각 피로 현상(Olfactory Fatigue), 맛이 줄어드는 것을 미각 피로 현상(Palate Fatigue)이라 부르는데, 신경계의 순응 현상의 예이다.
순응 현상(Neural Adaptation)이란 외부 자극이 계속될 때, 이에 대한 감각 신호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즉, 대부분의 감각 기관과 신경 세포는 자극의 세기보다는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이 계속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달되는 신호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향과 맛을 정확하게 느끼려면, 자극을 제거한 후, 감각 가관과 신경 세포가 원래 상태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테이스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얼마나 기다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지만, 와인 테이스팅에서는 30년대에 수행된 한 연구(Elsberg-Levy, 1935)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 연구의 실험에서 여러 향기 성분을 피험자에게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흩뿌린 후, 향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적도록 했다.
그 결과, 레몬향을 15초 간격으로 10번 뿌리자, 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간격을 20초로 늘리자, 향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20번 이상을 뿌려야 했다. 간격을 25초로 늘리면, 횟수와 관계 없이 향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향에 대해서도, 시간과 횟수는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즉, 테이스팅하는 간격을 충분히 늘리면, 향을 구별하는 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에 이루어진 다른 연구(Jean-Xavier Guinard, 1986)에서는 와인의 맛에 대해 실험했는데, 40초 간격으로 제공했을 때 와인의 맛을 구별할 수 있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30초의 간격을 유지하면 어느 정도 감각이 살아나고, 1분으로 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2분 정도로 늘리면 거의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되는 듯하다.
실제의 와인 품평회에서 각자 몇백개의 와인을 감정할 때에, 와인간 최소 시간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이 때문인 듯 하다.
예를들어, 호주의 와인 품평회(Sydney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의 간격은 30초, 독일의 품평회(Spiegelau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는 45초이다.
여러번에 걸친 경험을 통해,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은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향과 맛을 정확히 느끼기 위해서는 테이스팅 간격을 크게 할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테이스팅에서 간격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는 할수 없다.
예를 들어, 두가지 술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신경 신호와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기 쉽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와인을 빠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최소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회복되는 1-2분, 각 와인을 좀 더 정획하게 평가하려면 되도록 긴 간격으로 테이스팅하는 것이 적절하다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와인 뿐만 아니라, 위스키 등 다른 종류의 술이나, 다른 음식의 테이스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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