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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9일 토요일

진은 여름을 지킨다 | 테이스팅 페엣

진(Gin)이 영국, 특히 런던 지역에서 유명해진 것은 항균 효과 때문이다.

18세기 전반에, 여러 가지 비슷한 술 중에서 특히 진의 소비가, 영국, 특히 런던의 빈민층 사이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현상을 '진 광풍(Gin Craze)'이라 부른다.

술의 소비가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프랑스와 전쟁 중이던 윌리엄 2세가, 프랑스를 압박하기 위해, 1686년 이후 프랑스에서 브랜디 수입을 금지하고, 대신 국내의 증류주 생산을 자유화하고, 술에 부과하는 세금도 감면했기 때문이다.

또, 16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북대서양 연안에 소빙하기(Little Ice Age)라는, 기온이 극히 낮아지던 세 번의 시기가 있었는데, 영국은 17세기 전반과 19세기 전반이 가장 추워, 테임즈 강까지 얼어 붙는 경우가 많았다.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술 소비가 늘었던 것이다.

얼어붙은 테임즈 강 위의 축제

얼어붙은 테임즈 강 위의 축제

Winter Scene on a Canal. By Hendrick Avercamp, ca. 1605.

마지막으로, 특히 런던 지역의 위생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17세기 중반 이후 시작된 인클로저 운동으로 소규모 소작농을 몰수해 대규모 농장을 만들었고, 18세기 초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대도시에 면직물 공장 등이 늘면서, 농민들이 일을 찾아 대도시로 몰려, 도시 인구가 과밀화되고 슬럼 지역도 많아져, 위생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침실층의 다닥다닥 붙은 침대

침실층의 다닥다닥 붙은 침대

이 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런던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오분의 일이 2년 내에 사망하였으며, 전염병이 도는 최악의 시기에는 사분의 삼이 사망하였다. 또, 대부분의 기간동안 런던에서 세례를 받는 아이의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았다. 즉, 당시 런던의 인구의 증가는 외부의 유입에 의한 것이다.

건강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깨끗한 물의 부족이었다. 런던의 식수는 두 가지였는데, 각 동네에 있는 우물과, 테임즈 강에서 끌어오는 수도물이었다.

우물은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와 각종 오물로 오염되기 일수였다. 예를 들면, 인구가 증가하면서 묘지가 부족해지면서, 시체를 집이니 건물 근처에 큰 구덩이를 파, 관을 2-3층으로 쌓고, 얇은 뚜껑을 덮는 식으로 매장했는데, 비가 오면 물이 세어 들어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런던의 공동 우물

런던의 공동 우물

Pump, in Long Bridge Street, Llanidloes, 1895.

수도의 수질은 더 나빠, 부자집에서는 수돗물로 설거지한 후 우물물로 다시 씻곤 했다고 한다.

이런 물을, 특히 식중독이 많아지는 여름에 그대로 마시면 건강상 문제를 많이 일으켰을 것이다.

따라서, 비교적 저렴해진, 살균력이 강한 도수 높은 술을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는 경우가 늘었던 것이다.

특히 진이 인기 있었던 것은 진의 주된 향 성분인 두송의 살균 효과 때문이다.

진에 들어가는 두송(Juniperus Communis L.)의 주된 향기 성분은 피넨(Pinene) 47.01%로 소나무(Pine)에 많이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고, 사비넨(Sabinene) 13.55%로 향이 강한 두송(Sabina)에 많고, 리모넨(Limonen) 5.52%로 레몬(lemon)에 많은 성분인데, 이들 모두 살균 효과가 높다.

소나무를 닮은 두송

소나무를 닮은 두송

한국에서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까는 이유는, 솔잎의 성분이 떡 표면을 코팅해, 다양한 속이 들어가는 떡의 세균 번식을 막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이다.

사비넨은 살균력이 더 강한데, 동물에게까지 약간의 독성을 가질 정도이다.

또, 여름 등에 회를 먹기 전에 레몬 즙을 짜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이유이다.

이들 성분은 식물의 이차 대사 물질 중, 테르펜 계의 성분들로, 식물이 자신을 세균과 동물로부터 보호하는 등의 목적으로 만드는 물질이다.

테르펜계 화합물들

테르펜계 화합물들

Biological activities of Agave extracts. By Julio Cesar Lopez Romero et al., 2017.

테르펜계의 물질들은 단백질 구조를 파괴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 때문에 세균의 세포막, DNA, 효소의 작용에 영향을 미쳐 살균하거나 증식을 억제한다.

피넨의 살균력

피넨의 살균력

Antibiotic Resistance Modulation and Modes of Action of (-)-α-Pinene in Campylobacter jejuni. By Jasna Kovac et al., 2015.

두송은 특히 식중독균 중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대장균(E. Coli), 살모넬라(Salmonella)에 효과 있다.

결국, 영국, 특히 런던에서 진이 유행하게 된 것은 더러운 물로 생기는 수인성 질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도수와, 살균력 강한 성분이 들어 있는 술을 마실 필요가 있어서 였다.

따라서, 진은 식중독이 자주 발생하는 여름에 좋은 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현대의 진은 두송 뿐 아니라 다양한 다른 약초도 함께 사용하는데, 이들도 대부분 살균력을 가지며, 세균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살균력을 가진다.

즉, 다양한 성분이 들어갈수록, 다양한 세균을 막아준다.

따라서, 진 중 두송향이 강하면서, 다른 다양한 성분도 들어 있는 진이, 살균력 측면에서는 가장 좋은 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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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7일 월요일

쉬어야 맛있다 | 테이스팅 페엣

술을 테이스팅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지는 향과 맛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마실 때, 첫잔에서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더라도, 계속 마시면 향을 덜 느끼게 된다. 또, 여러 와인을 동시에 맛볼 때에는, 이미 마신 와인 수가 늘수록 와인 간의 구별이 힘들어진다.

냄새가 줄어드는 것을 보통 후각 피로 현상(Olfactory Fatigue), 맛이 줄어드는 것을 미각 피로 현상(Palate Fatigue)이라 부르는데, 신경계의 순응 현상의 예이다.

순응 현상(Neural Adaptation)이란 외부 자극이 계속될 때, 이에 대한 감각 신호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즉, 대부분의 감각 기관과 신경 세포는 자극의 세기보다는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이 계속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달되는 신호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반복된 테이스팅의 결과


따라서, 향과 맛을 정확하게 느끼려면, 자극을 제거한 후, 감각 가관과 신경 세포가 원래 상태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테이스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얼마나 기다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지만, 와인 테이스팅에서는 30년대에 수행된 한 연구(Elsberg-Levy, 1935)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 연구의 실험에서 여러 향기 성분을 피험자에게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흩뿌린 후, 향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적도록 했다.

그 결과, 레몬향을 15초 간격으로 10번 뿌리자, 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간격을 20초로 늘리자, 향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20번 이상을 뿌려야 했다. 간격을 25초로 늘리면, 횟수와 관계 없이 향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향에 대해서도, 시간과 횟수는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즉, 테이스팅하는 간격을 충분히 늘리면, 향을 구별하는 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에 이루어진 다른 연구(Jean-Xavier Guinard, 1986)에서는 와인의 맛에 대해 실험했는데, 40초 간격으로 제공했을 때 와인의 맛을 구별할 수 있었다.


테이스팅 감각의 회복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30초의 간격을 유지하면 어느 정도 감각이 살아나고, 1분으로 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2분 정도로 늘리면 거의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되는 듯하다.

실제의 와인 품평회에서 각자 몇백개의 와인을 감정할 때에, 와인간 최소 시간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이 때문인 듯 하다.

예를들어, 호주의 와인 품평회(Sydney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의 간격은 30초, 독일의 품평회(Spiegelau International Wine Competition)는 45초이다.


시드니 국제 와인 품평회


여러번에 걸친 경험을 통해,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은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향과 맛을 정확히 느끼기 위해서는 테이스팅 간격을 크게 할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테이스팅에서 간격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는 할수 없다.

예를 들어, 두가지 술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신경 신호와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기 쉽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와인을 빠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최소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회복되는 1-2분, 각 와인을 좀 더 정획하게 평가하려면 되도록 긴 간격으로 테이스팅하는 것이 적절하다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와인 뿐만 아니라, 위스키 등 다른 종류의 술이나, 다른 음식의 테이스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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