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1일 수요일

배고프면 머리가 아프다 | 숙취 페엣

음주 다음날의 편두통은 혈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분을 섭취하면 빠르게 사라진다.

Lego splitting headache. By Matt Brown, 2014.

Lego splitting headache. By Matt Brown, 2014.


과거에는 두통의 원인으로 술에 포함된 불순물이나, 에탄올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 알데하이드(Acet-aldehyde) 등이 주된 원인 물질로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순수 알코올을 섭취한 상태에서도 두통은 일어나며, 동물 실험에서 아세트 알데히드의 분해를 막은 상태에서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양을 증가해도 통증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분해되어 생성되는 아세테이트(Acetate)가 통증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대신 아데노신(Adenosine)이 근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아세테이트는 아데노신의 양을 늘리는데, 아데노신의 증가를 억제한 상태에서는 아세테이트를 증가시켜도 통증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데노신은 바이러스 등 가장 원초적인 생명체에서도 발견되는 기본 물질로, 에너지 대사와 유전 등 생명체의 기본 기능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대사의 경우, 세포 내에서 에너지(ATP, Adenosine Triphosphate)를 소비할 때 생성되는데, 세포내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외부에서의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

Adenosine formation from ethanol oxidation.

Adenosine formation from ethanol oxidation. By Merce Correa, Laura Font, 2008.


고등 동물에서도 대사활동이나 정보 전달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그 중 혈관을 확장하여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기능도 있다.

인간의 뇌에서도 에너지가 소진되면, 혈관을 확장하는데 확장된 혈관이 안면을 담당하는 신경 다발(Trigeminal Nerve)을 누르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두통과 함께, 눈 부심이나 소음에 대한 거부감 등이 생기기도 하는 이유이다.

A medical illustration depicting trigeminal nerve.

A medical illustration depicting trigeminal nerve. By BruceBlaus, 2017.


알코올은 평상시의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 보다 구조가 단순하여,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물질이다. 따라서, 세포는 에탄올이 풍부하면 포도당 대신 알코올에서 에너지를 얻기 시작한다.

그런데, 알코올이 전부 소비되면, 세포 안에는 알코올도, 포도당도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아데노신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어, 혈관을 확장, 혈액량을 늘려 에너지를 공급하려 한다. 따라서 혈액 속의 포도당이 빠르게 소진되어 혈당도 떨어진다.

Blood glucose.

Mean (SEM) blood glucose values of the six subjects. The period of drinking is indicated by the shaded bar. The approximate times of symptomatic hypoglycemia after consumption of wine are indicated by vertical arrows. Meals were at 1800 and 0800. *P < 0.05, **P < 0.01. By Benjamin C. Turner, Emma Jenkins, David Kerr, Robert S. Sherwin, and David A. Cavan, 2001.


편두통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에 가깝게 떨어지는 시점부터 시작한다. 즉, 술이 취해 있는 상태에서는 두통은 일어나지 않고 완전히 깨는 순간부터 두통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통증이 시작되어, 음식을 소화하거나, 근육이나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이 충분해 질 때까지, 최대 24시간 까지 두통이 계속된다. 평소에 편두통을 앓는 사람이 아침을 거르면, 통증의 강도와 기간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가장 빠른 해결 방법에는 카페인이 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의 기능을 막아, 아데노신의 효과를 줄인다. 커피를 마시면 통증이 사라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두통이 뇌 안의 에너지 부족이 주 원인이므로 원인은 제거되지 않고 위험한 상태가 유지된다.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인데, 빠르게 흡수되어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두통이 빠르게 사라진다. 해장술의 원리이다.

커피와 알코올은 효과는 빠르지만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카페인의 효과가 사라지거나, 술이 깨면 다시 통증이 계속된다. 또, 두 가지 모두 위를 자극하여 위산을 늘리기 때문에, 속쓰림도 동반하는 경우는 이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복잡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보다 당분은 쉽게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두통을 줄일 수 있고 부작용도 없다. 술 마신 다음날 꿀물, 설탕물 등이 좋은 이유이다. 당뇨병자가 저혈당이 오면 사탕을 먹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다.


Blood 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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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1. The Effect of Evening Alcohol Consumption on Next-Morning Glucose Control in Type 1 Diabetes, Benjamin C. Turner, Emma Jenkins, David Kerr, Robert S. Sherwin, and David A. Cavan, 2001.
2. Adenosine and Migraine, Guieu, Devaux C, Henry H, Bechis G, Pouget J, Mallet D, Sampieri F, Juin M, Gola R, Rochat, 1998.

3. Acetate Causes Alcohol Hangover Headache in Rats, Christina R. Maxwell, Rebecca Jay Spangenberg, Jan B. Hoek, Stephen D. Silberstein, and Michael L. Oshinsk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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